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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 사흘째인 3일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이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대만 거장 차이밍량 감독의 '행자 연작'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5.3 [email protected]
(전주=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전주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 2년 차를 맞아 영화제가 앞으로 나아갈 길에 제가 어떤 도움이 될지 고민을 많이 합니다. 일단 영화는 자본이 없으면 글(시나리오) 하나도 쓸 수 없기 때문에 풍성한 영화제를 만들어갈 재원을 마련하는 게 첫 번째고요."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사흘째에 접어든 지난 3일 전주의 한 호텔에서 만난 정준호 전주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정준호·민성욱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를 갖춘 지도 1년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배우 출신인 정 위원장은 후원 유치 등 대외 사업을 주로 하고,전주국제영화제년째이끄는정준호quot첫째고민은재원마련라이트하우스 파트너스 한국 공식 웹사이트 민 위원장은 영화제 프로그램 편성 등에 주력했다.
정부가 영화제 지원사업 예산을 절반 수준으로 삭감하면서 다수의 영화제가 정부 지원이 끊기거나 대폭 줄어 위기를 맞았지만, 전주국제영화제는 상대적으로 사정이 좋은 편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올해 영화제 지원사업 심사 결과에선 부산국제영화제보다 많은 6억8천만원이 배정됐다. 지난해(8억1천만원)보다는 줄어든 금액이지만 선방한 셈이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조도 얻어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규모 축소 없이 개최할 수 있었다.
영화계에선 정 위원장의 수완 덕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가 대기업을 끌어들여 결성한 후원회도 재정 자립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정 위원장은 다른 영화제들이 어려움을 겪는 데 대해선 "예산 문제는 당장 정부에서 전폭적으로 해줄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자체적으로 헤쳐갈 수밖에 없다"며 "후원회나 지자체 등과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을 잘 끌어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이 기업 등의 후원을 원활하게 유치하는 데는 영화계의 대표적인 '마당발'로 통하는 그의 남다른 인맥 관리도 한몫한다. 이런 면모는 이번 영화제 개막식 날에도 발휘됐다.
"개막식을 마치고 리셉션 행사를 야외에서 열 계획이었는데, 갑자기 강한 비가 내리는 거예요. 스태프들이 발 넓은 저만 쳐다보는 상황이었고요. 당장 동갑내기 친구인 전주 시내 호텔 총지배인에게 전화를 걸어 그 호텔로 행사장을 옮기게 해달라고 부탁했죠. 처음엔 난색을 보이던 친구가 결국 승낙해줘 한 시간 만에 실내 행사 준비를 마치고 리셉션을 무사히 치를 수 있었어요."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1일 전북 전주시 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 행사에서 정준호 집행위원장이 관객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4.5.1 [email protected]
정 위원장은 독립예술영화 축제라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체성도 잊지 않고 있다.
그는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게 뭐냐는 질문에 "독립예술영화를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독립예술영화가 그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도록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야외 상영을 확대한 것도 최대한 많은 사람이 독립예술영화를 즐기도록 하려는 시도다. 이번 영화제에선 전주 영화의 거리 등에서 소규모 야외 상영인 '골목 상영'도 진행 중이다.
정 위원장은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전주 독립영화의 집'도 건설하고 있다"며 "이 시설이 들어서면 1년 365일 이곳에서 독립영화를 볼 수 있다. 전주를 찾는 관광객을 포함한 독립영화 팬덤도 형성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공동집행위원장에 선임됐을 때 과거 상업영화에 주로 몸담았다는 이유로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그땐 '내가 너무 욕심이 많았나, 너무 꽃길만 걸어온 것인가' 돌아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번 영화제에서 관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뭐냐는 질문에는 겸연쩍어하면서 자신이 출연한 영화 '스모킹 타이거스'를 꼽았다. 이 영화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장르 영화를 소개하는 월드 시네마 섹션에 초청됐다.
한국계 미국인 셀리 요 감독의 데뷔작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16세 한국계 소녀 하영을 중심으로 이민자 가족의 위기와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 독립영화다.
정 위원장은 하영의 아빠 역을 맡았다. 이 영화는 미국 트라이베카영화제에서 연기상과 각본상을 받았다.
정 위원장이 '스모킹 타이거스'에 출연한 것도 독립영화 경험을 심화하려는 노력이다. 그는 "지금도 공부를 계속하는 중"이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보다 많은 대중이 독립영화를 사랑하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전주국제영화제가 전주 시민들과 하나가 돼 독립영화다운 독립영화를 즐길 수 있고, 행사 기간 관광객도 전주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1일 전북 전주시 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 행사에서 민성욱·정준호 집행위원장, 우범기 전주시장 겸 조직위원장(가운데)이 관객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4.5.1 [email protected]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저작권자(c) 연합뉴스,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2024/05/05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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